'효소식'이라는 발효액, 정말 효소가 살아있을까
목차
서론. 매년 여름 매실을 설탕에 재워온 이유
본론1. '효소'라는 이름부터 다시 봐야 했다
본론2. 우리 집 매실청은 발효액이었을까, 설탕물이었을까
결론. 이름 하나 바로잡으니 보이는 것들
1. 매년 여름 매실을 설탕에 재워온 이유

친정어머니로부터 배운 대로 매년 유월이면 매실을 설탕에 재워 '매실효소'를 담가왔다. 소화가 안 될 때 한 숟갈씩 타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고 믿어왔는데, 최근 들어 이 발효액에 정말 효소가 들어있는 건지 의문을 갖는 기사들을 보게 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이 '효소'라는 이름부터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2. '효소'라는 이름부터 다시 봐야 했다
찾아보니 이 부분은 여러 전문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내용이었다. 헬스경향에 실린 발효 전문가 칼럼을 보면, 발효는 미생물이 자신의 체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문제는 재료에 거의 동량의 설탕을 넣어 만든 것을 '효소액'이라고 부르면서 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칼럼에서는 재료와 설탕을 거의 같은 비율로 섞으면 삼투압 농도가 너무 높아져서 정작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그 결과 발효 자체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대신 매실 속 수분이 삼투압에 의해 빠져나오는 현상만 일어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건 발효액이라기보다 매실 추출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효소가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용어 구분도 중요했다. 국립국어원 등의 자료를 인용한 글에서는, 재료 대비 설탕 농도가 미생물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낮으면 '발효액'이라 부르는 게 맞고, 그보다 설탕 농도가 진하면 조청과 비슷한 '청'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담가온 매실청도 이름 그대로 '청'에 해당하는 방식이었지, 미생물이 살아 발효를 일으키는 '효소액'과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발효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경우라도 그 과정에서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 같은 단당류로 분해될 뿐 여전히 당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니, '효소'라는 이름과는 별개로 당류 섭취라는 측면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3. 우리 집 매실청은 발효액이었을까, 설탕물이었을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그동안 만들어온 방식을 다시 살펴봤다. 매실과 설탕을 거의 1대 1 비율로 넣어왔던 걸 확인하고는, 다음번엔 설탕 비율을 조금 낮춰서 담가보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설탕 비율을 낮추면 상하기 쉬워서 냉장 보관 기간이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많아, 처음엔 소량만 시험 삼아 담가보기로 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웹진 자료에서는 식물발효액을 만들 때 재료가 되는 식물이 식용 가능한지, 독성은 없는지부터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는데, 매실의 경우 씨앗 부분에 독성 물질이 있어 씨를 제거하고 과육 위주로 담가야 한다는 점도 새삼 확인하게 됐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해왔던 과정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4. 결. 이름 하나 바로잡으니 보이는 것들
'매실효소'라는 이름을 계속 써왔지만, 정확히는 '매실청' 또는 '매실 발효액'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는 표현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이름이 바뀐다고 매실 자체의 유효 성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소화효소가 살아있어서 소화를 도와준다는 식의 설명은 근거가 약하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당뇨병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런 발효액도 결국 당분 섭취라는 걸 염두에 두고 양을 조절해야 하며, 소화 문제가 반복된다면 발효액에 기대기보다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름 하나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당연하게 믿어온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