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과 영양제를 함께 먹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효소 상호작용
목차
서론. 아침 약 옆에 놓인 저염소금과 쌍화차
본론1. 혈압약이 막는 효소, 혈압약을 처리하는 효소
본론2. 영양제와 건강식품에서 먼저 확인할 세 가지
결론. 약 이름 끝 글자부터 확인하기
1. 아침 약 옆에 놓인 저염소금과 쌍화차

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을 때다. 의사 선생님이 짜게 먹지 말라고 해서 소금을 칼륨이 든 저염소금으로 바꿨고, 환절기라 쌍화차도 매일 한 잔씩 마셨다. 아침마다 자몽 주스를 곁들이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그러던 중 약국에서 약을 받다가 약사가 "드시는 것 중에 따로 챙기는 게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막상 대답하려니 이 중에 약과 부딪히는 게 있는지 하나도 몰랐다. 그날 집에 와서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2. 혈압약이 막는 효소, 혈압약을 처리하는 효소
혈압약과 영양제 사이의 '효소 상호작용'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약이 직접 작용하는 효소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 약을 분해할 때 쓰는 효소다. 앞쪽의 대표가 ACE 억제제다. 헬스컨슈머가 소개한 설명에 따르면 이 약은 안지오텐신 변환효소의 작용을 막아 혈관을 수축시키는 안지오텐신Ⅱ가 만들어지는 것을 줄이고, 그 결과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이 내려간다. 같은 기사는 이 약의 활성 부위가 아연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복용 중 아연이 부족해지기 쉽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근거로 아연 영양제를 임의로 늘리기보다는 필요한지부터 의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맞아 보였다.
뒤쪽의 대표는 간과 장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 CYP3A4다. 의약일보와 유유제약 건강 자료는 자몽에 든 푸라노쿠마린이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서, 암로디핀이나 니페디핀 같은 칼슘채널차단제가 제때 분해되지 못하고 혈중에 더 많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데일리의 전문가 칼럼은 자몽을 한 조각만 먹어도 약물 대사에 24시간에서 72시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고, 그래서 소량이면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침 약을 먹을 때만 피하면 된다고 믿었던 내 습관이 어긋났던 이유다.
[직접 촬영 사진 삽입: 약 상자의 성분명과 저염소금, 쌍화차 티백을 나란히 놓은 식탁]
3. 영양제와 건강식품에서 먼저 확인할 세 가지
내 식탁에서 확인해야 할 건 세 가지로 정리됐다. 첫째는 칼륨이다. 의약일보에 따르면 ACE 억제제나 ARB 계열 혈압약은 칼륨 배출을 줄이는 특징이 있어서, 칼륨이 많은 식품이나 칼륨염으로 만든 저나트륨 소금을 과하게 먹으면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고 근육 무력감과 부정맥, 심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메디데일리는 혈중 칼륨이 5.5mEq/L를 넘는 상태를 고칼륨혈증으로 설명했다. 헬스컨슈머는 이뇨제도 칼륨을 배출시키는 계열과 보존하는 계열이 갈린다고 구분했다. 이뇨제라고 모두 같은 방향이 아니니, 내 약이 어느 쪽인지 알아야 칼륨 보충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가려진다. 지난번 나트륨 글에서 칼륨을 권하면서 달아둔 단서가 바로 이 대목이었다.
둘째는 감초다. 의약일보와 메디데일리는 감초의 글리시리진이 체내 칼륨을 내보내고 나트륨을 쌓아 혈압을 높이고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고, 감초차와 일부 한약재, 건강차를 주의 대상으로 꼽았다. 쌍화차를 매일 마시던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셋째는 자몽이다. 주스로 마시면 성분이 농축되어 더 문제가 되고, 칼슘채널차단제를 먹는 사람에게 특히 해당한다고 한다. 내 약은 칼슘채널차단제와 ARB를 한 알에 합친 복합제여서 칼륨과 자몽 두 가지가 모두 걸렸다.
4. 약 이름 끝 글자부터 확인하기
그날 이후 저염소금은 일반 소금을 조금만 쓰는 쪽으로 돌려놓았다. 쌍화차는 성분표에서 감초부터 찾고, 자몽 주스는 끊었다. 약을 임의로 끊거나 용량을 바꾸는 건 하지 않았다. 의약일보도 혈압약을 마음대로 중단하면 반동성 고혈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약 상자에 적힌 성분명의 끝이 '프릴'이면 ACE 억제제, '사르탄'이면 ARB, '디핀'이면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이라는 것도 처음 확인했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여러 개 먹고 있다면, 새로 시작하기 전에 약 이름과 함께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이제 약 상자 옆 메모지에는 세 줄이 적혀 있다. 칼륨, 감초, 자몽.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