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야·파인애플 말고 여주 효소는 무엇이 다를까
목차
서론. 같은 '효소'라는 이름, 다르게 다가온 이유
본론1. 파파인과 브로멜라인은 실체가 확인된 효소였다
본론2. 여주는 왜 같은 기준에서 다른가
결론. 이름이 같다고 실체까지 같은 건 아니었다
1. 같은 '효소'라는 이름, 다르게 다가온 이유

지난번에 여주(고야) 속 성분이 정확히는 효소가 아니라는 글을 쓰고 나서, 그렇다면 평소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있다'고 알려진 파파야나 파인애플은 정말 다른 건지 궁금해졌다. 같은 '효소'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한쪽은 진짜 효소가 아니라고 하고, 다른 쪽은 정말 효소라고 하니 그 차이를 명확히 짚어보고 싶었다.
2. 파파인과 브로멜라인은 실체가 확인된 효소였다
확인해보니 이 둘은 확실히 성격이 달랐다. 국내 학술 연구에서는 한국산 파인애플에서 브로멜라인이라는 효소를 실제로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효소는 분자량이 약 22,000이고 최적 작용 pH는 6.0, 최적 온도는 섭씨 60도라는 구체적인 생화학적 특성까지 확인됐다고 한다. 전기영동이라는 방법으로 단일 밴드를 확인해 순수한 단일 효소임을 증명했고, 돼지고기 조직에 처리했을 때 실제로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수용성 질소량이 늘어나는 걸 확인해 연육 효과까지 검증했다. 파파야의 파파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 키위, 무화과, 파인애플, 파파야 다섯 가지 과일의 단백질 분해효소 활성을 비교한 국내 연구에서는 각 과일의 조효소가 나타내는 최적 온도와 pH를 구체적으로 측정했는데, 파인애플과 키위가 다른 과일보다 분해력이 월등히 높았다는 결과도 있었다. 즉 이 효소들은 실험실에서 분리하고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실체가 뚜렷한 단백질 분해효소였다.
3. 여주는 왜 같은 기준에서 다른가
반면 여주의 혈당 관련 성분인 카란틴, 폴리펩타이드-P, 모모르데신은 이런 식으로 분리해 촉매 활성을 측정하는 효소 실험의 대상이 아니었다. 각각 스테로이드 화합물, 인슐린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펩타이드, 배당체 성분으로 분류되는 물질이지, 특정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 단백질이 아니었다. 지난 글에서 다뤘듯 '여주 효소'라는 이름 자체도 성분명이 아니라 발효 방식으로 만든 상품을 가리키는 통칭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파파인과 브로멜라인은 분자량과 최적 pH, 온도까지 측정된 확인된 단백질 분해효소라는 점에서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같은 '효소'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도, 한쪽은 화학적으로 특정된 물질이고 다른 쪽은 여러 성분이 뒤섞인 발효 결과물을 통칭하는 이름이었던 셈이다.
4. 결. 이름이 같다고 실체까지 같은 건 아니었다
이번에 확인한 뒤로는 고기를 잴 때 파인애플이나 키위를 갈아 넣는 이유가 단순한 민간 지혜가 아니라 실제로 측정된 효소 활성 덕분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 믿음이 갔다. 예전엔 그냥 어른들이 하던 대로 따라 했을 뿐인데, 이제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알고 나서 하니 요리하는 재미도 조금 더 생겼다. 다만 이 효소들은 열에 약해서 가열하면 활성을 잃기 때문에, 조리 전 마리네이드 단계에서 활용해야 효과가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브로멜라인의 항염증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지만 대부분 국소적 적용이나 동물실험 수준이라, 먹었을 때 관절 통증 완화까지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관절 보조제 광고에 브로멜라인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볼 때마다, 이 효소가 소화기관을 거쳐 관절까지 온전히 도달해서 작용하는 건지 아니면 국소 적용 연구 결과가 확대 해석된 건지 한 번 더 따져보게 됐다. 소화나 염증 문제로 특정 성분을 꾸준히 섭취할 계획이라면, 그 성분이 정말 화학적으로 특정된 효소인지 아니면 복합 발효 산물을 가리키는 이름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 보인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