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유전자' SIRT1, 영양제보다 식탁에서 깨워본 이유
목차
서론. 레스베라트롤 영양제 광고를 보고 멈칫했던 순간
본론1. SIRT1은 정말 만병통치 스위치일까
본론2. 고용량 영양제 대신 식탁을 바꿔본 이유
결론. 유전자 이름에 홀리지 않고 남은 것
레스베라트롤 영양제 광고를 보고 멈칫했던 순간
우연히 본 광고에서 '장수 유전자를 깨운다'는 문구와 함께 레스베라트롤 고용량 영양제를 소개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노화나 건강 이야기에 자연스레 눈이 가던 참이라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가격도 꽤 비쌌고, 정말 유전자를 깨운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인지 궁금해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일단 찾아보기로 했다.
본론
1. SIRT1은 정말 만병통치 스위치일까
SIRT1은 시르투인이라 불리는 단백질 탈아세틸화효소의 일종으로, 세포 노화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미국 MIT 레너드 가렌티 교수 연구팀이 이 유전자를 발견한 이후, 효모나 선충, 쥐를 대상으로 시르투인을 활성화했을 때 수명이 늘어났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장수 유전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코넬대학교 영양학자가 진행한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쥐의 섭취 열량을 평소의 65퍼센트로 제한했더니 평균 수명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런 결과 대부분은 효모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확실한 임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레스베라트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내 의료 전문지 칼럼에 실린 자료를 보면, 실험실 연구에서 레스베라트롤이 낮은 농도에서는 SIRT1 활성화와 세포 보호 효과를 보였지만, 오히려 고농도에서는 그 효과가 정반대로 역전되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한다. 용량이 많을수록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SIRT1이 일부 암 조직에서는 오히려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어서, 무작정 많이 활성화하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쯤 되니 광고 문구만 믿고 고용량 영양제부터 사려던 게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고용량 영양제 대신 식탁을 바꿔본 이유
영양제 대신 선택한 건 폴리페놀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식품을 식단에 자연스럽게 늘리는 것이었다. 케일이나 블루베리 같은 채소와 베리류,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 호두, 녹차 등을 조금씩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크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해서 하루에 여러 조각을 먹었다가 오히려 속이 더부룩하고 카페인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그 뒤로는 한두 조각 정도로 줄이고, 대신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도 시르투인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식을 피하려 노력했는데, 극단적으로 굶기보다는 배가 팔 할쯤 찼을 때 수저를 내려놓는 정도로만 조절하고 있다.
결. 유전자 이름에 홀리지 않고 남은 것
몇 달을 지내보니 몸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장수 유전자'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이끌려 고가의 영양제를 사기보다, 평범한 채소와 견과류로 식탁을 채우는 쪽이 부담도 적고 꾸준히 이어가기도 쉬웠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몸에 좋다는 성분 하나에 꽂혀서 그것만 몰아 먹었을 텐데, 이번엔 여러 식품을 골고루 오가며 먹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특정 성분을 고용량으로 챙겨 먹을 계획이라면 근거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과 용량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서, 지병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전문의나 약사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유전자 이름 하나에 홀리기보다, 오늘 한 끼 식탁에 채소 한 접시 더 올리는 것부터가 더 확실한 시작인 것 같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