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속 '효소'가 혈당에 좋다는 말, 과장 없이 짚어보기
목차
서론. 시장에서 본 '여주효소액'이라는 이름
본론1. 정확히는 효소가 아니라 이런 성분들이었다
본론2. '효소'라는 이름 뒤에 숨은 설탕 이야기
결론. 좋은 성분도 확인하고 먹어야 하는 이유
1. 시장에서 본 '여주효소액'이라는 이름

아버지가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으신 뒤로 집안 식탁에 혈당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다 재래시장에서 '여주효소액, 혈당에 좋아요'라고 적힌 병을 보게 됐다. 여주가 혈당에 좋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효소'라는 표현이 정확히 어떤 성분을 말하는 건지 궁금해서 사기 전에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2. 정확히는 효소가 아니라 이런 성분들이었다
찾아보니 여주(고야)의 혈당 관련 효능은 주로 카란틴, 폴리펩타이드-P, 모모르데신이라는 세 가지 성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성분들은 정확히는 효소가 아니었다. 카란틴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화합물이고, 폴리펩타이드-P는 몸속 인슐린과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해서 '식물성 인슐린'이라 불리는 펩타이드이며, 모모르데신은 쓴맛을 내는 배당체 성분이었다. 국내 특허 문헌에서도 이 성분들을 대사물질로 분류하고 있을 뿐, 효소로 명명하고 있지는 않았다. 즉 '여주 효소'라는 이름은 성분을 정확히 지칭하는 학술적 표현이라기보다, 발효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통칭하는 상업적 이름에 가까웠다.
동물 실험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다. 농촌진흥청이 경상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는 여주 추출물을 12주간 먹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공복혈당이 25퍼센트, 인슐린 저항성 관련 지표가 54퍼센트까지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다른 동물실험에서도 여주 분말을 먹인 당뇨 유발 쥐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유의하게 낮아졌다는 결과가 있었다. 다만 이런 결과는 대부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긴 했는데,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임상시험에서는 여주에서 추출한 특정 특허 성분을 섭취한 그룹의 LDL 콜레스테롤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낮아졌다는 결과가 있었다. 다만 이건 시중에서 흔히 파는 여주즙이나 여주효소액이 아니라 특정 방식으로 추출·농축한 특허 성분을 사용한 연구였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3. '효소'라는 이름 뒤에 숨은 설탕 이야기
여주효소액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전통적인 '효소 담그기' 방식은 대개 재료를 설탕에 재워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설탕이 함께 들어간다는 것이다. 혈당에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정작 당분이 많이 든 발효액을 마시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직접 담그기보다는 시중 제품의 원재료명과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설탕 없이 발효했거나 당류 함량이 낮게 표기된 제품을 고르고, 그마저도 하루 섭취량을 정해두고 소량만 마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4. 결. 좋은 성분도 확인하고 먹어야 하는 이유
이번에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미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여주 같은 혈당강하 성분이 든 건강기능식품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국내 한 건강 매체 자료에 따르면 크롬이나 여주처럼 혈당을 낮추는 성분이 든 건기식은 당뇨약의 효과를 증폭시켜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경우도 약을 복용하기 전 단계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혹시 몰라 다음 진료 때 여주 제품을 함께 챙겨 먹어도 되는지 여쭤보기로 했다. 좋은 성분이라도 이름과 표기를 제대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의한 뒤 섭취하는 습관이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인 것 같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