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에 얼굴이 붉어졌다,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 이야기
목차
서론. 알레르기 검사는 정상인데 자꾸 두드러기가 났다
본론1. '히스타민 효소'가 아니라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였다
본론2. 식사 일기를 쓰며 알게 된 나만의 패턴
결론. 진짜 알레르기와는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
1. 알레르기 검사는 정상인데 자꾸 두드러기가 났다
몇 달 전부터 레드와인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확 붉어지고, 며칠 묵은 반찬이나 오래 숙성된 치즈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일이 반복됐다. 알레르기가 의심돼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찾아보다가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면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됐다. 흔히 줄여서 '히스타민 효소'라고들 부르길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이해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2. '히스타민 효소'가 아니라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였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 히스타민 자체는 효소가 아니라 우리 몸이 알레르기나 염증 반응,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이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게 디아민산화효소(DAO)와 히스타민 N-메틸전이효소(HNMT)라는 두 가지 효소다. 부천세종병원 질환백과 자료에 따르면, 평소에는 이 효소들이 몸속 히스타민을 빠르게 분해해서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해주는데, 효소 기능이 떨어지거나 섭취·생성되는 히스타민 양이 처리 능력을 넘어서면 혈액 속에 히스타민이 쌓이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를 '히스타민 불내증'이라고 부르는데, 진짜 알레르기처럼 면역글로불린이 관여하는 반응이 아니라서 일반 알레르기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 약학 전문지에 실린 자료를 보면, DAO는 세포 바깥의 히스타민을 분해하고 HNMT는 세포 안에서 히스타민을 처리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으며, 히스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먹거나 술, 특정 약물이 DAO 활성을 억제하면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부패한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도 이와 비슷한데, 이건 알레르기가 아니라 세균이 만들어낸 히스타민을 과량 섭취해서 생기는 중독 반응이라 원인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도 있었다. 세종병원 자료에서는 이 히스타민 불내증이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만성 두드러기, 편두통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보다 적게 발견되고 있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었다.
3. 식사 일기를 쓰며 알게 된 나만의 패턴
병원에서는 확진을 위해 저히스타민 식단을 일정 기간 시도해보자고 권했다. 그 전에 먼저 며칠간 식사 일기를 써봤는데, 신기하게도 숙성 치즈, 훈제 육류, 하루 지난 국물 요리를 먹은 날에 증상이 두드러졌다. 발효식품이 장에 좋다고 해서 챙겨 먹던 묵은지나 젓갈류도 알고 보니 히스타민 함량이 높은 축에 속한다는 걸 알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발효식품을 무조건 끊을 필요는 없다고 해서, 신선하게 갓 만든 것 위주로 양을 조절하며 먹고 있다. 술은 그 자체로 히스타민을 방출시키거나 분해 효소를 억제할 수 있다고 해서 당분간 최소한으로 줄였다.
4. 결. 진짜 알레르기와는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
몇 주간 패턴을 기록하고 나니 무작정 참거나 걱정하기보다 내 몸이 반응하는 음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걸 알게 됐다. 다만 히스타민 불내증은 아직 진단 기준이 완전히 표준화되지 않은 영역이라, 스스로 판단해서 여러 음식을 무리하게 제한하기보다 의사나 영양사와 함께 저히스타민 식단을 체계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두드러기나 홍조, 두통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진짜 알레르기인지 히스타민 불내증인지부터 병원에서 구분해보는 게 우선이다. 원인 모를 반응에 혼자 불안해하기보다, 정확한 이름을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