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글루타치온 대신 붙이는 패치형, '흡수율 18배'라는 숫자의 진실
목차
서론. 패치 광고에서 본 인상적인 숫자
본론1. 그 숫자는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약 이야기였다
본론2. 그래도 패치가 유리할 수 있다는 근거는 있을까
결론. 숫자 하나보다 출처를 먼저 보는 습관
1. 패치 광고에서 본 인상적인 숫자

피부 미백에 관심이 생겨 글루타치온을 알아보다가, 먹는 영양제 대신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제품 광고를 보게 됐다. 패치로 붙였을 때 몸에 전달되는 비율이 73퍼센트인 반면 먹는 방식은 4퍼센트에 그쳐, 흡수율이 18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있었다. 숫자가 워낙 구체적이라 믿음이 갔는데, 정확히 어떤 연구에서 나온 수치인지 궁금해서 원출처를 찾아보기로 했다.
2. 그 숫자는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약 이야기였다
찾아보니 이 숫자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었다. 국내 건강 매체의 팩트체크 기사에 따르면, '패치 73%, 경구 4%'라는 이 수치는 글루타치온이나 비타민을 연구한 결과가 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셀레길린'이라는 전혀 다른 의약품 성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었다. 셀레길린은 먹으면 간에서 상당 부분 분해되어 몸에 흡수되는 양이 크게 줄어드는 특성이 있는 약인데, 이 특정 약물의 흡수율 비교 수치가 언제부턴가 글루타치온 패치 광고에 그대로 가져다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성분도 다르고 흡수 경로의 특성도 다른 약의 데이터를 가져온 셈이니, 이 숫자로 글루타치온 패치의 효과를 설명하는 건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3. 그래도 패치가 유리할 수 있다는 근거는 있을까
그렇다고 경피 흡수 자체가 전혀 근거 없는 개념은 아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병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실험피부학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500달톤을 넘는 물질은 정상 피부의 각질층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500달톤 법칙'을 제시하고 있었다. 글루타치온의 분자량은 약 307달톤으로 이 기준보다는 작은 편이라, 이론적으로는 피부를 통과할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분자량이 작다고 해서 곧바로 충분한 양이 흡수된다는 보장은 없고, 피부 수분 상태나 제형, patch 특수기술 여부에 따라 실제 흡수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먹는 방식의 흡수율이 낮다는 지적 자체는 사실에 가까웠다. 여러 자료를 보면 글루타치온은 세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구조라서 위장관의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쉽고, 혈중 농도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그래서 리포좀, 설하정, 패치 등 다양한 방식이 흡수율을 높이려 시도되고 있지만, 패치형 제품이 실제로 혈중 글루타치온 농도를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걸 독립적으로 검증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4. 결. 숫자 하나보다 출처를 먼저 보는 습관
이번 일로 가장 크게 배운 건, 구체적인 숫자가 붙어 있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해당 성분을 연구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먹는 방식의 흡수율이 낮다는 문제 제기 자체는 타당했지만, 그걸 해결하는 수단으로 제시된 숫자는 엉뚱한 약의 데이터였다. 광고 페이지에 '연구 결과'라는 말과 함께 그럴듯한 그래프까지 곁들여져 있으면 의심 없이 믿기 쉬운데, 이번 경험 이후로는 숫자 옆에 작게 적힌 출처 표기를 꼭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피부 미백이나 항산화 목적으로 특정 성분을 꾸준히 사용할 계획이라면, 피부 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을 복용 중인 경우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한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패치를 사지는 않기로 했는데, 대신 글루타치온 전구물질이 들어있다는 음식들을 좀 더 챙겨 먹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인상적인 숫자를 보면 일단 그 숫자가 정말 그 성분을 연구한 것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광고에 덜 흔들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