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서론. 자고 일어나도 몸이 뻐근했던 이유
본론1. 멜라토닌은 잠만 재우는 호르몬이 아니었다
본론2. 무작정 영양제부터 먹었다가 겪은 일
결론. 스위치는 알약이 아니라 저녁 풍경에 있었다
1. 자고 일어나도 몸이 뻐근했던 이유
몇 달 전부터 아침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분명 일곱 시간은 잤는데 몸 마디마디가 뻐근하고, 손가락 관절이 살짝 부은 듯한 느낌이 며칠씩 이어졌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보니 염증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살짝 높게 나왔다. 큰 병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은 했지만, 이런 낮은 수준의 염증이 계속 쌓이면 몸이 늘 지친 상태로 남아있는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러다 우연히 본 자료에서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단순히 잠을 부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보게 됐다.
2. 멜라토닌은 잠만 재우는 호르몬이 아니었다

MSD 매뉴얼 일반인용 자료를 찾아보니, 멜라토닌은 뇌 속 송과선에서 만들어져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신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이 호르몬이 수면 조절 외에 항산화·항염증 작용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헬스경향에 실린 수면의학 전문의 김희진 교수의 칼럼에서도, 멜라토닌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이 분비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호르몬이 만성적인 통증과 염증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로 살펴본 연구도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이 전 세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23건, 참가자 2천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Pain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멜라토닌을 복용한 사람들은 요통이나 관절염 같은 만성 근골격계 통증이 100점 만점 기준 최대 10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정도 감소 폭이 기존 진통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멜라토닌이 기존 치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고 보조적인 역할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포 단위에서 벌어지는 항산화 작용이 이런 통증 완화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전은 여전히 더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3. 무작정 영양제부터 먹었다가 겪은 일
이 이야기를 듣고 성급하게 약국에서 고용량 멜라토닌 영양제부터 사서 먹었다. 첫날 밤에는 잠이 잘 오는 듯했는데,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멍하고 오전 내내 나른한 상태가 이어졌다. 나중에 헬스경향 칼럼을 다시 읽어보니, 멜라토닌은 용량을 늘린다고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10mg 이상의 고용량에서는 다음 날 졸음이나 두통 같은 부작용이 더 흔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무턱대고 고용량 제품을 골랐던 것이다. 이후로는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몸이 스스로 멜라토닌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저녁 아홉 시가 넘으면 집 안 조명을 은은하게 낮추고, 휴대폰 화면 밝기도 줄였다. 아침에는 반대로 커튼을 열어 햇빛을 충분히 쬐었는데, 낮과 밤의 명암 차이를 몸이 분명하게 느껴야 밤에 멜라토닌 분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4. 결. 스위치는 알약이 아니라 저녁 풍경에 있었다
두 달 정도 이렇게 지내보니 아침에 몸이 뻐근한 정도가 확실히 줄었다. 물론 이게 멜라토닌 하나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일정해진 것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알약보다 저녁 시간의 빛과 리듬을 바꾸는 쪽이 나에게는 더 부담 없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시중 멜라토닌 영양제나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할 계획이라면 스스로 용량을 정하기보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만성 염증이나 통증이 몇 주 이상 계속된다면 이 역시 자가 판단보다 전문의 진료가 우선이다. 오늘 저녁엔 알약 대신 조명 밝기부터 한번 낮춰보는 것도 괜찮은 시작이 될 것 같다.
※ 본 글은 10년 차 에디터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