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새벽 3시는 간이 해독하는 시간"이라는 말, 근거를 찾아보니
목차
서론. 그 시간에 꼭 자야 한다는 압박감
본론1. '자오유주'라는 전통 이론과 현대 과학의 접점
본론2. 시간표보다 리듬을 지키기로 한 이유
결론.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이 핵심이었다
1. 그 시간에 꼭 자야 한다는 압박감

몇 년 전부터 "간은 밤 11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해독 작용을 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이 시간에 자지 않으면 간 건강이 나빠진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어쩌다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면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야근을 하고 새벽 한 시에 잠드는 날엔 '오늘 간이 제대로 쉬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시간대가 정확히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실제로 현대 의학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2. '자오유주'라는 전통 이론과 현대 과학의 접점
찾아보니 이 시간표는 한의학의 전통 이론인 자오유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몸속 기운이 하루 열두 시간대를 돌며 각 장기를 순환한다는 이론으로, 그중 새벽 한 시에서 세 시 사이를 간이 활발해지는 시간으로 보는 관점이었다. 다만 이 구체적인 시간대가 현대 간학이나 시간생물학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검증된 내용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밤 11시부터 새벽 3시'라는 구간을 특정해서 확인한 현대 과학 논문은 찾지 못했다.
다만 완전히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밝혀낸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이 발견 이후 간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 저마다의 말초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어서 밝혀졌다. 국내 한 과학 매체 기사에서도 위, 간, 췌장 등에 있는 이 말초 시계들이 뇌의 중심 시계와 함께 작동하며, 특히 식사 시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간에서 약물이나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사이토크롬 P450 효소군 역시 국내 생명과학 학술지에서 여러 조직의 대사와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되고 있었다. 즉 간이 하루 중 특정 리듬에 따라 대사·해독 기능을 조절한다는 큰 틀은 현대 과학과도 맞닿아 있었지만, 그 리듬을 정하는 건 정해진 시계 시각이 아니라 식사와 수면 시간 같은 개인의 생활 패턴에 더 가까웠다.
3. 시간표보다 리듬을 지키기로 한 이유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무조건 11시 전에 자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았다. 대신 식사 시간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매일 비슷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예전엔 평일엔 일찍 자고 주말엔 새벽까지 깨어 있는 식으로 들쭉날쭉했는데, 이런 불규칙함이 오히려 몸속 여러 장기의 시계를 서로 어긋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을 읽고 나서 주말에도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늦은 시간 야식을 줄인 것도 도움이 됐는데, 자기 전 과식을 하면 소화기관이 밤새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하게 된다는 걸 체감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4. 결.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이 핵심이었다
몇 달을 지내보니 특정 시각에 자야 한다는 강박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먹는 규칙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엔 늦게 잠드는 날마다 스스로를 탓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표 자체보다 하루하루의 리듬을 지키는 데 마음을 쓰게 됐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라는 표현은 기억하기 쉬운 틀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을 넘겼다고 간 건강이 곧바로 나빠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해 보였다. 음주를 자주 하거나 간 수치에 이상이 있는 경우라면 수면 시간 조절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해진 시각에 얽매이기보다, 오늘부터 잠드는 시간을 조금씩 일정하게 맞춰가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