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서론. 저녁 약속 없는 날, 늦은 밤 냉장고 앞에서 멈춰선 이유
본론1. 계속 먹기만 하면 췌장은 언제 쉬는가
본론2. 16시간 공복을 지켜보며 겪은 시행착오
결론. 쉬어야 다시 일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
1. 저녁 약속 없는 날, 늦은 밤 냉장고 앞에서 멈춰선 이유
야근이 잦았던 어느 달, 밤 열 시가 넘어 라면을 끓여 먹는 날이 부쩍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속이 쓰려 잠에서 깼는데, 문득 하루 종일 내 몸이 쉴 틈 없이 소화만 시키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점심, 저녁, 그 사이 간식까지 더하면 하루 열 시간 넘게 뭔가를 먹고 있었던 셈이다. 그때부터 간헐적 단식이라는 걸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췌장이 쉬면서 효소가 재충전된다는 표현이 많이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는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2. 계속 먹기만 하면 췌장은 언제 쉬는가
"효소 재충전"이라는 말 자체는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다만 실제로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면 완전히 근거 없는 표현도 아니었다. 췌장은 음식이 들어올 때마다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함께 분비하는데, 하루 종일 뭔가를 먹고 있으면 췌장도 그만큼 쉼 없이 일하게 된다. 메디칼타임즈에 소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달간 간헐적 단식을 진행했더니 단 일주일 만에 인슐린 반응에 관여하는 근육 단백질(TPM3)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했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복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인슐린에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췌장 세포 자체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발터 롱고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동물실험에서는, 단식을 모방한 식이를 반복한 쥐의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세포가 새롭게 재생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이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고,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서 참고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먹는 상태와 잠깐씩 비우는 상태를 오가는 것이 췌장 입장에서는 분명 다른 부담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16시간 공복을 지켜보며 겪은 시행착오
처음엔 무작정 아침을 굶어봤다. 첫날은 열한 시쯤 되니 손이 떨리고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어서 결국 미리 챙겨둔 사탕을 먹었다. 준비 없이 공복 시간부터 늘린 게 문제였다. 그다음부터는 저녁 식사 시간을 조금씩 당기는 방식으로 바꿨다. 오후 여덟 시에 먹던 저녁을 일곱 시, 여섯 시 반으로 천천히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아침 공복 시간을 늘려간 것이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저녁 늦게 마지막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점심까지 자연스럽게 공복이 이어지는 리듬이 잡혔다. 한번은 공복 상태로 무리하게 등산을 갔다가 하산길에 어지럼증을 겪은 적도 있는데, 그날 이후로는 공복 시간에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가벼운 산책 정도로만 몸을 움직이고 있다. 물도 신경 써서 챙겼다. 공복 시간에 물이나 무가당 차를 충분히 마시니 허기가 느껴질 때 잠깐 넘기기가 한결 수월했고, 첫 끼니를 먹을 때도 국물 음식이나 죽처럼 소화가 편한 음식부터 시작해서 속이 놀라지 않도록 했다.
4. 결. 쉬어야 다시 일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
몇 달을 이어오면서 느낀 건 거창한 효소 재충전이라기보다, 하루 중 위장과 췌장이 쉬는 시간을 확보해준 것뿐이라는 담담한 결론이었다. 속이 더부룩한 밤이 줄었고, 야식을 찾는 습관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이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니다.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사용 중인 사람, 임신이나 수유 중인 사람, 저혈당 경험이 잦은 사람이라면 임의로 공복 시간을 늘리기보다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의해서 방법과 시간을 정해야 한다. 나 역시 몸 상태를 지켜보며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중이고, 완성된 정답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